구약의 다니엘서는 지금으로부터 2600년 전에 일어난 사건을 기록한 것이다. 당시 다니엘은 신흥강대국이었던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간 상태였다. 바벨론은 민족들의 융합정책을 폈고, 유대의 군인, 지식인, 장인 등을 1만 명 이상 강제이주시켰다. 다니엘도 어린 나이에 타국으로 강제 이주되어 외국어인 바벨론어를 배우고, 그 지식을 익히고, 그 문화 속에서 살게 되었다. 그리고 바벨론식 이름도 사용하게 되었다.
다니엘의 이름 뜻은 ‘하나님 (‘엘’)이 나의 법관이시다’라는 의미이다. 하나님께 궁극적인 판결의 권위를 드리는 신앙고백이 담겨있다. 다니엘의 바벨론 이름은 ‘벨드사살’이었다. 여기에서 ‘벨’은 바벨론이 섬기던 신인 ‘마르둑’의 다른 이름이다. 벨드사살의 이름 뜻은 ‘벨이여, 그의 생명을 지키소서’가 된다. 의역하기에 따라서 ‘벨의 총애를 받는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은 두 가지 이름을 갖는다. 하나는 하나님 앞에서 갖고 있는 신앙적인 이름이다. 이름은 정체성을 의미한다. 신앙적 정체성이다. 창조주 하나님 앞에서 내가 갖고 있는 이름이 저마다 있다. 그것은 신앙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이고, 그리스도인의 신분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리스도인은 또다른 이름을 갖고 산다. 그것은, 다니엘처럼,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그들이 보는 관점에서 생긴 이름이 있다. 그것은 사회적 이름, 사회적 정체성이다. 가정이나 집안이나 일터나 사회에서 내가 부여받은 이름이다. 어느 집안이고, 어느 학교를 나왔고,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직장에 다니는지, 어느 지역에 살며, 어떤 배경을 갖고 있는지… 이런 것들은 주변의 사회가 우리에게 주는 이름들이다.
우리는 신앙적 정체성과 사회적 정체성 두 가지를 안고 살아야 한다. 그것은, 첫째로, 세속사회를 포기하지 않고, 세속문화에서 도피하지 않는 결단이다. 둘째로, 사회의 관점에 의해 우리가 평가받기는 하지만, 하나님의 평가가 더욱 중요한 것을 알고, 의식하며 사는 것이다. 반신앙적인 세속사회 속에서 하나님이 자신의 대법관인 것을 알고 하나님 앞에 무릎꿇어 기도하며 살았던 다니엘처럼, 우리도 21세기 대한민국 사회 가운데서 하나님을 사랑하고 섬기기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두 가지 이름을 가지고 살아가기에 때로는 헷갈리고, 두 가지 소속이 있기에 때로는 갈등도 되는 것이 신앙인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어느 하나 포기하지 말라고 하신다. 하나님 대하여 적대적인 사회 가운데에서, 하나님을 적대하는 사람들 가운데서, 하나님을 경외하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기를 우리에게 원하신다. 다니엘이 그랬던 것처럼.
뉴시티교회 오종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