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쓰임받는 사람

하나님께서 쓰시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위대하고 탁월한 사람만 쓰실까요? 남다르고 특별한 사람만 쓰실까요? 능력과 배경이 출중한 사람만 쓰실까요? 이 질문들 속에서 이미 답을 찾으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 질문 자체에는 프레임이 있습니다. 위대하신 하나님께 쓰임 받는 사람은 위대한 특성을 가진 사람일 것이라는 프레임 (관점)입니다.

우리가 복음을 따라 일관성 있게 질문한다면, 다른 질문을 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은 위대하신 분이시지만, 사람 중에는 위대한 이는 없기 때문입니다. 전능하고 무한하신 하나님께 약능하고 사소한 존재인 인간이 쓰임 받으면 얼마나 쓰임이 될까요? 전능하신 하나님을 도울 정도로 유능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하나님은 하나님의 일을 이루시는데 사람을 통해서 일하십니다. 이 때에 하나님은 자신이 작다는 것을 인정하는 겸손한 사람을 통해서 하십니다. 스스로 지혜롭다고 주장하는 교만한 사람은 점점 어리석어질 뿐입니다.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겸손은 하나님 앞에서 빛을 발합니다. 자신의 지력과 경험을 뽐내는 무지는 하나님 앞에서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하나님 앞에서 겸손할 수 있는 사람을 성경에서는 아이의 모습으로 표현합니다. 저 유명한 오병이어의 이야기 가운데서도 “여기 한 아이가 있어” 라는 표현으로 그런 사람을 소개합니다 (요한복음 6장 9절). 하나님께서 다윗을 왕으로 부르실 때에 다윗은 소년이었습니다. 다윗의 아버지는 다윗을 지칭할 때 “말째”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것은 ‘하찮은 아이’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은 세상의 관점에서 보기에 하찮은 존재, 사소한 사람, 궁핍한 사람, 가난한 집 아이,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그런 사람도 마음껏 쓰십니다. 하나님은 세상의 관점에서, 외모와 언변과 능력과 배경과 지위와 소유를 보시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관점에서 사람의 내면을 보십니다.

우리의 무능력과 부족함을 겸손히 인정하고 주님께 순종할 때 하나님이 우리를 통해 일하십니다. 구약 시대에, 나아만 장군이라는 사람이 문둥병에 걸렸을 때, 그를 하나님의 사람 엘리사에게 나아가게 했던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이름 없는 작은 여자 종이었습니다. 골리앗을 무찌르고 조국을 전란에서 구한 사람은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고,갑옷조차 입을 수 없었던 소년 다윗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인 이스라엘이 영적으로 무감각해지고 사회적으로 부패하였을 때 새로운 영적 부흥과 사회 갱신을 가져온 것은, 경험 없는 어린 사무엘이었습니다. 신약성경에서 초대교회를 세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에 사용된 사람은 어리고 연약하고 소화불량으로 고생한 디모데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자질과 배경을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 앞에 자신의 연약함과 부족함을 인정하며, 겸손하게 그 분 앞에 엎드려 기도하며 맡기고 순종하느냐입니다. 하나님이 쓰시는 사람은 하나님의 손에 자신을 맡기는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손에 우리 차의 열쇠를 드릴 때 하나님께서 친히 운전하십니다.

우리의 생각과 계산을 뛰어넘어 일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볼 때, 우리는 우리의 빠른 판단과 이성적인 추론보다 더 위대하시고 탁월하신 하나님의 이성을 믿게 됩니다. 오병이어 사건을 통해서, 예수님은 숫자 계산이 빠르고 경제관념이 명확했던 빌립의 의견을 듣습니다. 그리고, 그의 기대와 한계를 뛰어넘어 일하십니다. 인간관계 능력이 탁월하고 사람을 통해 일하는 법을 알았던 안드레의 천거를 받습니다. 그리고, 안드레의 기대와 한계를 뛰어넘어 일하십니다.

예수님은 빌립과 안드레를 쓰셨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예상하고 계산한 것이나 준비하고 노력한 것 그 이상으로 쓰셨습니다. 바로 한 아이를 통해서 그렇게 하셨습니다. 자신의 변변치 않은 작은 도시락을 주님께서 쓰시도록 맡겨드린 한 아이를 통해서 1만5천명이 먹고 배부렀습니다. 무엇보다도, 예수님이 하늘에서 떡을 내려주시는 모세가 말했던 바로 그 선지자이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명의 떡을 주시는 하나님이심을 오병이어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있다고 자만하지 말고, 없다고 절망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안다고 오만하지 말고, 모른다고 낙담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했다고 태만하지 말고, 안했다고 포기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가진 것이 영광이든 고통이든, 성취든 실패든,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간에 주님 앞에서 마음을 드립시다. 주님께서 쓰시도록 열쇠를 드립시다. 주님께서 일하시도록 여지를 드립시다. 하나님의 손에서 사용하시도록 손잡이를 주님께 맡깁시다. 하나님의 손에 쓰임 받는 사람처럼 영광스러운 인생은 없습니다.

 

2019. 6. 23

뉴티시교회 오종향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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