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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목회자들의 학습 생태계 <복음 연대 (The Gospel Coalition)>

[교회를 개척하는 교회] 시리즈
작성자
newcity church newcity church
작성일
2018-10-13 22:04
조회
1318
[교회를 개척하는 교회] 시리즈 - 목회와신학 2014년 12월호

 

목회자들의 학습 생태계 <복음 연대 (The Gospel Coalition)>

오종향 목사 (뉴시티교회 개척 담임, 서울 서초동)

 

목사가 목사를 낳는다. 교회가 교회를 낳는다. 목사가 목사를 키운다. 교회가 교회를 개척한다. 이것은 단순한 원리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되지는 않는다. 교회가 교회를 자라게 한다는 것은 저절로 되지는 않는다.

전쟁에 나가려면 마냥 열심만으로는 안된다. 작전계획이 있어야 한다. 지형지물을 철저히 연구해서 전략에 사용해야 한다. 여러 가지 컨틴전시 대응 훈련이 필요하다. 교회를 개척하는 것을 적군에 빼앗긴 우리 국민과 영지를 찾아오는 전쟁에 비할 수 있다. 오늘 한국 사회에서 교회의 상황은 전면전이라기보다는 게릴라전 내지 국지전에 비할 수 있다. 군인이 전쟁에 나설 때 전략계획이 필요하고, 의사가 수술을 임할 때 수술 작전이 필요한 것처럼 목회자들도 교회개척을 할 때 그에 대한 전략계획과 작전준비가 필요하다. 문제는 한국 사회 상황에서 전략도, 훈련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개척교회 목회자들은 대부분 적절한 훈련을 받은 바 없이 맨땅에 헤딩을 한다. 대부분이 받은 훈련은 신학교 학위교육 외에는 부교역자로서 사역한 경험들이 전부이다. 한국에서 교회개척을 많이 하는 교회들도 상황은 그다지 낫지 않다. 분립개척을 하거나 부목사를 파송해서 개척하는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목회자들은 나름대로 애쓰고 수고하면서, 이른바 ‘말씀의 영’을 받기 위해 애쓰거나, 목회의 ‘돌파구’가 생기기를 기다리면서, 해온 대로 ‘열심히’ 버티거나, 전혀 다른 길을 ‘한번 시도’해 보거나 한다.

한국의 교회개척학교들에서 하는 대부분의 강의는 이미 20년, 30년 전에 교회를 개척해서 몇 천 명 이상으로 교회를 일구신 분들의 간증과 권면으로 채워지곤 한다. 그 목회자들은 분명 귀한 분들이고, 역전의 용사이고, 지혜의 백발을 가지신 분들이다. 그분들의 개척과 목회에서 귀담아 들을 것이 분명히 많이 있다. 실제로 필자도 교회개척 준비과정에서 선배 개척 목회자들의 경험담이 담긴 책들과 간증들과 설교를 통해 여러 도움을 받은 바 있다. 필자의 경우에 교회개척을 준비하던 때에 국내외에서 각각 열 곳 이상의 교회 모델들을 살펴보고 비교검토하는 과정을 7년 정도 가졌다. 목회자 세미나를 수강한 것도 여럿이고, 찾아가서 목회자 연수를 받은 곳들도 있다. 책이나 강의로 접한 곳들도 여럿 있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 중에 큰 것이 하나 있었다. 절대적 모델이란 없다는 것이다. ‘절대적’이라 함은 어떤 시대, 어떤 지역, 어떤 문화, 어떤 구체적인 곳에서 복음 사역을 할 때 모델이나 프로그램이나 스타일 차원에서 ‘만고불변’이자 ‘만능 열쇠’ 식의 해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복음은 하나이지만, 복음사역의 형태는 다양하다. 똑같은 복음의 씨앗을 뿌리지만, 밭이 달라지면 대응법이 달라져야 한다.

누가 이걸 모를까? 이렇게 빤하고 당연한 것을! 그러나, 필자가 발견한 것은 수많은 목회자들이 무엇인가 사역의 만능열쇠가 있는 것처럼 다른 목회자들을 대하며, 만능열쇠를 찾듯이 교회개척에 임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목회자 훈련이 없고, 교회개척자 훈련이 전무한 실정이다. 단적으로, 80년대, 90년대에 교회를 개척하신 많은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오늘날의 현실에 잘 적용이 안된다. 그렇지만,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강의와 훈련은 주로 80년나 90년대에 렌즈가 고정되어 있다. 그래서 그 때 우리의 선배님들이 했던 것을 지금 우리가 잘 재현해보자고 애쓰기도 한다. 이른바 부교역자로 5년 내지 10년을 재직하지만, 거기에서 배우는 것은 해당 교회의 스타일과 방식을 배우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해당 교회에서 일하는 것은 배우지만, 진짜로 다른 교회를 개척할 수 있는 훈련은 안될 가능성이 높다. 목회자훈련이 부재한 때문이다. 특히 교회개척 관련한 훈련이나 준비는 전무한 실정이다.

농사로 비유를 해보자. 흔히 농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이라고 오해하지만, 사실은 지식집약적 산업이다. 땅, 기후, 작물에 대한 제대로된 지식과 데이터와 전략적 대응이 있을 때 탁월한 농업이 가능해지는 까닭이다. 특히 강수량, 일조량, 기온 등은 매년 미세하게 달라지는데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농사를 잘 짓느냐 망치느냐가 크게 결정된다. 해당 지역 땅의 산성도와 비옥함의 정도, 습윤의 정도, 물빠짐의 정도, 강수량, 일조량, 일교차, 토양의 염분 정도, 당해 연도의 미세한 기온 변화 등에 따라 해마다 대처 방법이 세심하게 달라야 성공적인 추수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러한 기본적인 접근법을 아예 배우지 않고 열심히만 한다고 하면 농사를 운에 맡기는 꼴이 된다. 교회개척에서도 이러한 것을 고려해서 복음사역의 내용과 과정과 구조가 달라질 수 있어야 한다. 같은 씨앗을 심어 열매를 거두지만 준비부터 추수까지 과정이 꼭같을 수는 없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학습이다. 생각하는 목회가 되어야 한다. 고뇌하는 목회자가 되어야 한다. 효과적으로 목회하시는 분들은 다들 잘하시는 그분만의 무엇이 있다. 그분들이 성공적인 목회사역을 하시는 것은 탁월한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왜 그러한 방식들이 효과적이었느냐에 대한 조감도적 관점 (bird-eye view)을 갖는 것이다. 왜 어떤 방식들이 특정 토양, 기후, 상황에서 열매를 많이 맺게 되었느냐에 대한 종합적 이해 (total thinking)를 가지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다. 단지 한 가지 모델을 찾아서 그대로 큰 고민 없이 이식하려고 한다면 필연히 패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단지 두세 가지 모델을 찾아서 그 장점만을 편의적으로 취하려고 한다면 그 또한 종국적으로 위태로워질 것이다.

현재 교회개척의 모델들은 특정 대형교회 목회자의 리더십이나 목회방식을 모델로 삼고 최선을 다해 복제하는 방식이 많은 것 같다. 여기에는 문제가 많이 있다. 중대형교회 출신 부교역자들이 개척을 했을 때 많은 분들이 안타깝게도 그 중대형교회를 복제하려고 한다. 예배 스타일, 예배 순서, 예배 시간, 전도 방식, 양육 체계, 지역사회 봉사 등을 거의 답습한다. 심지어 주보도 거의 똑같게 만든다. 문제는 무엇인가? 제일 큰 문제는 옛날의 교회를 답습한다는 것이다. 훌륭한 분들이 80년대, 90년대에 어떤 모델의 목회를 하게 된 것은 그 시대의 고민들과 씨름한 결과로 이루어진 것들이다. 성도들의 살아가면서 하는 고민, 전도하면서 교회 바깥의 사람들이 가지는 질문, 시대의 아픔이나 질문에 대해 답변하려는 고뇌들이 녹아져 있는 것이다. 즉, 젊은 개척자들이 유명 기성 목회자들의 목회론이나 공동체론을 수용할 때 안에 있는 고뇌는 빼고 밖에 보이는 프로그램만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큰 위험함이다. 왜냐하면 어쩌면 시효상실의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대의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는 교회, 추억을 그리워하며 수십 년 전 과거 속에 아직 사는 분들에게만 매력적인 교회라면 과거의 교회는 될지언정 현재와 미래의 교회는 되지 못한다. 교회개척을 준비할 때, 교회를 개척해갈 때 기존의 구모델을 답습하지 말고, 성경 말씀 붙들고 복음과 씨름하면서 고뇌하면서 성령님께서 주시는 답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목회현실적으로는, 그렇게 복제가 될 수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만일 개척해서 금새 이삼백 명으로 숫자가 늘지 않는다면, 성도들이 탈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떤 교회들은 개척해서 삼사십 명이 채 안되는데 양육체계를 매우 세밀하게 짜놓은 것을 보았다. 삼단계 훈련, 다이아몬드 양육, 육각형 로드맵 등이다. 게다가 무슨 태신자 전도집회니 무슨 수양회니, 캠프니 하는 것들까지 들어온다. 교회 안팎의 봉사활동도 많다.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다. 효과성이 있어야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자칫 몇 년 사이에 에너지를 고갈하고 이륙을 못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힘을 내어 대동단결할 수도 있겠지만, 그 많은 사역들은 중대형 교회에서도 겨우 하고 있는 것들이다. 그렇게 많은 프로그램과 행사를 진행하려면 인적, 물적 자원이 많이 필요하다. 이삼 백 명의 교회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활동을 몇 년 하다보면 사람들이 탈진하고 만다. 교우들이 이사가려고 마음의 준비를 한다. 교회를 옮기기 위해서 집을 옮기는 안타까운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에 이어 목회자와 목회자 가정의 탈진이 다음 수순으로 기다리고 있다. 어린 다윗에게 큰 사울왕의 옷을 입히려는 격이니 버겁고 비효율적인 것이다.

단기간에 3백 명의 벽을 뛰어넘어서 1천 명 이상으로 교세가 커지면 사실상 고연비 목회모델을 ‘돌릴’ 수는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큰 문제가 있다. 그것은 그분이 특정 중대형교회를 카피한 것이지 자신의 목회를 한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소임을 찾은 것은 아닐 수 있다. 그 지역에서, 그 문화에서, 그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교회가 이루어지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뜻과는 조금 다를 가능성이 있다. 시대와 동떨어진 교회, 사회와 동떨어진 그들만의 교회가 되기 십상이다. 이런 교회에서는 전도가 힘든 일이 된다. 일단 교세는 확보가 되었는데, 그 다음에 어디로 갈지를 모른다. 바깥에서는 혹시 부러워 할 수도 있겠지만, 속에서는 애가 탄다. 그 다음에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마음의 모델이 사실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겉으로 성공적으로 보이는) 목회자들이 내적으로 무엇이 성공인지 고민하는 현실이 아닌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 중에 하나는 목회가 잘되면 자신이 잘해서 성공한 줄 아는 착각이다. 대개 성공하신 분들은 자신이 무엇을 잘했는지 모르고 잘된 분들이 많다. 그냥 열심히 하다보니까 되더라는 것이다. 설교를 열심히 준비했더니, 진심을 다했더니, 기도를 많이 했더니 하다보니 되더라는 것이다. 자기가 왜 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어려움이 닥칠 때 왜 안되는지도 분석이 안된다. 이런 것을 경영학 용어를 빌어서 사용한다면 암묵지, 명시지라고 나눠 표현한다. 자신이 설명할 수 있는 지식은 ‘명시지’라고 한다. 반면 자신이 행하고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꼭 집어서 말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암묵지’이다. 암묵지를 명시화하는 능력이 성공하는 조직의 특성이다. 명시화할 뿐 아니라 공유할 수 있다면 매우 성공적인 전수가 일어날 수 있다. 이런 경우, 다른 목회자를 코칭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자기가 겪은 것과 자기가 가진 것 외에는 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름 성공한 목회자라고 해서 목회에 대한 강의도 종종 한다. 그러나 늘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목회에 베테랑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상황을 벗어나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이다. 그냥 모르고 열심히 하다보니 잘 된 것이다. 이것을 자랑삼아 말씀하는 경우도 들었는데, 방향 바꿔서 말하면 고뇌를 충분히 안한 것이다. 반성적 학습을 제대로 안한 것이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목회자들은 배우기를 힘써야 한다. 목회자들 간에 겸허하게 상호 학습하는 열린 생태계가 필요하다.

반면, 자신이 은혜 입은 교회를 모토로 교회를 개척했는데, 몇 년이 지나도 그 모델에 가까이 가지 않으면 영적 공황상태에 이르게 된다. 우리 나라에 출판된 교회개척담을 보면 이런 과정들을 솔직하게 보여준 책이 종종 있다. 어떤 목사님은 개척하고 얼마 지나 우울증에 빠졌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애를 쓰고 힘을 쓰고 기다려봐도 그 모델이 실현되지 않을 때 수많은 목회자들이 자포자기하는 것 같다. 어떤 경우에는 새로운 모델을 찾아서 세미나를 찾아다니기도 한다. 그러다 이것이다 싶은 모델을 만나면 올인하기도 한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그 세미나나 모델들도 사실상 강사들 특유의 환경에서 찾아낸 특유의 부분적인 답들에 불과하다. 각자의 상황에서 자신이 답을 찾아야 한다. 문제는 그것이 몹시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들 중에서 몇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목회자가 복음을 아는 것과 교회가 복음적인 것은 전혀 별개일 수 있다는 점이다. 목회자가 개인적으로 복음을 알고 체험한다는 것과 사역적으로 복음을 교회에 실현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개인적으로 복음에 대한 확신을 가진다고 해서 교회적으로 자동저으로 복음적이 되지는 않는다. 개인적인 회심, 체험, 헌신, 확신은 소중하지만, 그것이 교회적으로 적용이 되는 것은 자동적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복음이 관계적으로, 공동체적으로 실현되려면, 복음을 통해서 개인적, 내면적 회개와 믿음의 변화를 거친 것과 마찬가지로, 복음을 통한 관계적, 공동체적 변화의 과정이 필요하다. 교회의 과정과 구조와 내용을 복음적으로 세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치 건축자가 복음으로 회심하는 것은 건축가가 이끄는 회사가 복음적인 것과 별개의 일이며, 그 회사를 복음적으로 세우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둘째, 목회자가 복음을 가지고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계속해서 목회자의 새로운 우상을 만나게 되어 있다. 이 우상을 제거하지 않으면 자신의 장점과 강점과 성공의 스토리에 자신이 빠져서 허우적거리게 된다. 목회자들은 각기 자신의 은사와 달란트가 있다. 그러나 그뿐이다. 다른 목회자를 도와주는 영역에 있어서 매우 한계가 크다. 자신의 장점 외에는 줄 것이 없고, 자신의 단점 영역에서는 다른 사람을 도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여 강하게 하되, 단점을 보완하여 튼튼한 목회자가 되려고 한다면, 상호 배움의 생태계가 필수적이다. 교회개척을 준비하거나 진행하는 목회자들의 학습 생태계를 만들어가지 않는다면, 개척자들은 결국 자신의 장점 속에 장례 치를 준비를 하게 되고, 자신의 약점 속에 파묻혀 주저앉을지 모른다.

필자는 <목회와 신학>에 올 5월부터 ‘교회를 개척하는 교회’라는 시리즈로 글을 연재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복음 연대 (The Gospel Coalition)>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제까지 ‘교회를 개척하는 교회’에 대한 글을 써오면서 다루지 않은 교회들이 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은 멀티사이트 지향 교회들이다. 한 사람의 설교자를 기반으로 여러 개의 사이트를 열어가면서 개척하는 것이다. 이것은 대형교회의 지점화를 초래한다. 이는 각광 받는 설교자의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겠지만, 정작 세워지는 것은 교회라기보다는 설교시청 극장이 되어버린다. 필자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목회자 학교를 세워서 관계적 만남을 통해서 목회자를 세우는 교회개척이다. 목회자가 목회자를 낳고 교회가 교회를 세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회개척 지도자들을 키우는 훈련이다. 필자가 이제까지 다룬 교회들은 모두 교회개척자를 발굴하고 선발하고 훈련하고 멘토링하는 관계적 공동체성을 가지고 있다. 실제적인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실제적인 교회개척하교를 만드는 공통점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코치 또는 멘토들이 있다.

그런데, 교회를 개척하는 교회를 연구하고 필자의 교회개척에 적용하면서,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한 데는 목회자들에게 또다른 학습 생태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복음 연대 (The Gospel Coalition)>는 현재 미국의 개혁주의 목회자들을 위한 가장 중요한 학습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이는 방법론 운동이 아니고, 복음의 정신을 목회적으로 구현하도록 돕는 사상 운동이다. 복음연대는 2005년에 트리니티신학원의 D. A. 카슨 교수와 리디머교회의 팀 켈러 목사의 주도로 30명의 목회자들이 동참하면서 시작되었다. 복음연대는 신학적으로는 범개혁주의이다 (“a broadly Reformed network of churches”). 복음연대가 만들어진 목적은 복음중심적인 원칙과 실행방안들을 격려하며 그리스도인 지도자들과 차세대 지도자들을 교육하여 구주를 영화롭게 하고 주님이 피흘리신 교회를 위하여 선한 일을 하는 것이다. 복음연대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을 초청하여 그리스도의 정통적인 복음 속에서 현대 교회를 새롭게 하며 우리 시대에 복음을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리스도의 진리를 말하며 또한 그를 위하여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복음연대는 2005년 30명의 목회자들이 모여서 복음연대 회의를 시작하였고, 2007년에 500명의 목회자를 초청하여 비공개로 미국 컨퍼런스를 열었다. 2009년에 열린 공개 컨퍼런스에는 3,500명이 참석했고, 그 이후 격년으로 4월에 전체 컨퍼런스를 열고 있는데, 지난 2013년에는 7,000 명 가까운 개혁주의 목회자들이 참석했다. 내년 2015년에는 4월 13-15일에도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정기 컨퍼런스를 앞두고 있다. 지역 컨퍼런스, 국제 컨퍼런스, 여성 컨퍼런스 등 이제까지 35차례의 컨퍼런스가 열렸다. 2013년 4월에 열린 전국 컨퍼런스의 경우는 전세계에서 4만3천 명이 온라인으로 컨퍼런스를 시청했다. 또한 복음연대에 가입한 교회는 현재 7,800개에 이르고 있어 날로 커져가는 영향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미국에는 뉴잉글랜드, 미시간, 하와이 등 15개의 지부가 형성되어 있으며, 유럽은 물론, 아시아권에도 호주 지부, 중국 지부가 이미 형성되어 있다.

복음연대의 2015 전국 컨퍼런스의 강사진을 보면 그 면면이 드러난다. 총 79명의 강사진이 나서는데, 8명의 주강사가 등잔하며, 49개의 워크샵, 16개의 관심 모임이 열린다. 주 강사는 팀 켈러, 존 파이퍼, 돈 카슨, 마크 데버, 필립 라이켄, 리곤 던컨 등이다. 기존에 섬겼던 강사들로는 브라이언 채플, 데이비드 플랫, 툴리안 치비진 등이 있다. 주강사들이 다룰 올해의 주제는 ‘새 하늘과 새 땅’인데, 한 주제에 대해 상보적으로 강의를 준비한다.

워크샵에 참석하는 강사들도 미국에서 가장 탁월한 목사들, 사역자들이 집결한다. 내년 강사진에서 몇몇만 꼽는다면, 콜린 한센, 해리 리더, 리코 타이스, 레베카 피퍼트, 랜디 알콘, J. D. 그리어, G. K. 빌, 레인 팁튼, 알버트 몰러, 트레빈 왁스, 로버트 스미스, 데이비드 포울리슨, 샘 스톰스, 대니 아킨 등 정말 탁월한 목회자들과 신실한 신학자들이 등장한다.

주목할 점은 컨퍼런스의 숫자나 목회자의 수가 아니라 여기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이다. 여기에 오는 목회자들은 자신들의 목회를 기반으로 자신의 컨퍼런스를 충분히 열 수 있는 분들이다. 실제로 목회자 세미나를 개최해온 분들도 있다.

그런데, 무엇이 복음연대 컨퍼런스의 특별한 점인가? 그것은, 이것이 복음중심적인 설교와 사역이 무엇인지 서로에게 배우는 학습 공동체를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성경말씀의 천착하여 묵상하고 시대의 질문과 아픔을 씨름하면서 목회자들은 복음으로 교회를 전도하며 양육하며 제자를 일으키며 지도자를 세우며 사회를 섬기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서로에게서 끊임없이 배운다. 복음연대에서 여는 가장 중요한 행사가 2년마다 여는 전국 목회자 컨퍼런스인데, 여기는 목회 박람회가 아니다. 여기는 복음을 더 깊게 이해하는 자리이며 복음을 목회와 사역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자리이다. 특정 교회 목회자의 특정한 리더십 스타일이나 공동체 방식이나 목양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나누는 자리가 아니라, 복음이 어떻게 우리의 설교와 전도와 예배와 양육과 리더십과 공동체와 사회책임과 직업과 선교 등등에 영향을 미쳐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는 자리이다.

미국에는 복음연대 말고도 목회 컨퍼런스가 많이 있다. 그중에 전국 단위로 목회자들이 연대해서 여는 컨퍼런스들도 있다. 교회개척과 관련된 연합 컨퍼런스들도 몇 개가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복음연대를 다루기로 한 것은 복음연대가 갖는 복음에 대한 헌신과 복음적인 교회를 이루려는 열심 때문이다.

목회후보생들과 교회개척후보 목회자들은 여기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만일 특정모델만 바라본다면 처음에는 기대하다가 나중에는 실망하게 될 것이다. 아무도 특정 목회자의 스타일을 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정 목회자의 장점을 모방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 장점을 모방하다가 자기의 장점마저 묻힌다. 성공적인 특정 목회자의 단점이 끼치는 폐해는 잘보이지 않는다. 성공적인 목회자가 자기고 있는 암묵지는 그의 강의로도 파악하기 어렵다. 지근거리에서 가까이 있어도 파악이 안될 수 있다. 결국, 서로에게 서로를 오픈하는 대화공동체가 있어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 서로가 서로에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학습 공동체가 만들어져야 한다.

최근 10년, 20년 동안 미국의 개혁주의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회개척 붐을 마련해주는 큰 역할을 한 것이 복음연대였다. 복음연대에서는 팀 켈러 목사가 깊은 통찰과 실제적 지혜로 복음을 시대에 소통하도록 돕고, 단 카슨 교수가 목회자-신학자로서 성경적인 통찰을 제시해왔다. 여기에 신학훈련을 받은 수많은 목회자들과 탁월한 학자들이 - 예를 들면 설교학의 브라이언 채플, 성경신학의 G. K. 빌 등 - 어떻게 복음의 정신이 교회와 사역에 흘러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지를 함께 고민해왔다.

우리 나라에서도 복음연대 같은 신학운동, 복음운동이 교회개척의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방법론은 시기를 놓친 방법론이다. 목회 방법론, 개척 방법론을 주는 세미나 말고, 정말로 복음의 회복과 이 시대에 어떻게 우리가 복음사역을 통해 강한 교회들을 세울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컨퍼런스가 한국에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특정 교회에서 이렇게 해봤더니 잘되었다라고 하는 이야기 말고, 특정 교회, 특정 지역, 특정 은사, 특정 재능을 뛰어넘어 모든 사람에게 열매를 맺게 하는 복음의 능력에 집중하는 컨퍼런스가 필요하다. 내 것을 내세우는 컨퍼런스가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이렇게 씨름하고 있고, 이런 실패를 극복했고, 이렇게 성령이 쓰시더라는 나눔을 나누는 군인들의 전투보고회 같은 컨퍼런스가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젊은 개척자들, 이제 시작하는 개척목회자들은 특정 목사, 특정 교회, 특정 모델에서가 아니라, 예수님 안에서, 예수님의 교회 안에서, 예수님의 모델 안에서 복음사역의 답을 만들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는 교회개척을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사역 세미나에 찾아가서 배웠다. 어떤 세미나들은 정말로 좋았다. 정말 이것에 모든 것을 걸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든 경우들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무언가 찜찜한 것이 항상 있었다. 그들만의 방식이 성경적인 방식이라고 주장한다든지, 그분이라서 가능한 것을 모든 사람에게 강요한다든지, 특수하게 개발한 교안이나 절차를 유일무이한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라든지, 전체는 못보고 부분만 보아서 결국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것이 뻔히 보인다든지 하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한 가지를 배울 때마다 몇 주에서 몇 달씩 독서하고 생각하고 고민했었다. 그러다가 결정적인 단점들이 명확해지게 되면 그 모델에 대해서 선을 긋게 되곤 했었다.

이것이 필자에게 가능했던 이유는 경영학과에서 조직에 대한 이론을 5-6년간 공부한 다음에 목회학을 공부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가장 강력한 교회의 무기는 복음 자체임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다만, 복음을 어떻게 교회에 적용할 것인가는 우리에게 숙제로 남아있음을 알게 되었다. 복음과 교회의 관계가 보여야 교회개척의 비전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이것은 혼자서 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미국의 복음연대처럼, 복음에 깊고 넓게 헌신하면서 하나님나라의 전체 그림 속에서 이 시대의 복음적 사역과 실천을 성경을 토대로 구체적으로 고뇌하며 함께 탐구하며 서로에게 배우려 힘쓰는 목회자 생태계가 한국에도 만들어지기를 소망하며 글을 맺는다.